코로나19와의 전쟁보다 어려운 치매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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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8월 16일 주간 캘랜더가 꽉 차 있었다. 19, 20일은 한국판 JP모건을 꿈꾸며 작년 가을에 이어 한국경제 주관으로 Korea BioIndustry Conference(KBIC)가 이틀 촘촘하게 예정됐다. 그러나 19일 오전 고려대지주회사에서 열리는 과제발표에 참석하기로 먼저 약속이 있었기에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안암동에서 오후에 KBIC의 용산으로 이동하겠다고 통보했다.
20일에는 한국화학연구원과 파이낸셜뉴스가 공동주최하는 제12회 서울국제신약포럼이 열렸다. 필자가 한국에 돌아온 후 2009년 제1회 신약포럼 발표자로 첫 공식무대 데뷔 자리였기에 개인적인 애정이 있다. 제10회 때에는 외국인 강연자를 필요로 하기에 동료이자 친구인 듀크대의 Pat Casey 교수를 소개해 같이 참석한 일도 있었다.
21~23일은 메디게이트뉴스가 주관하는 슬립테크2020(Sleep Tech 2020)에 참석해 강의도 듣고 전시회도 참가하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8월 13일부터 100명을 넘어가자 제일 먼저 KBIC가 열리는 것을 미뤘다고 통보가 왔다. 이틀 후에 슬립테크2020도 같은 상황이 됐다. 꽉 차 있던 주간 스케줄이 코로나 덕분에 널널하게 됐다.
19일 오전은 약간 여유를 가지고 고대 산학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자주 왔던 곳이다. 바이오폴리메드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이오폴리메드 CEO 박명옥 박사는 뉴저지 Enzon이란 작은 벤처에서 페길레이션으로 바이오의약품을 만든 대한민국 여성 과학자다. 바로 그 의약품을 필자가 근무하던 쉐링프라우(Schering-Plough)에서 도입해 '페그인트론(Pegintron, 성분명 peginterferon alfa-2b)'으로 판매했기에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이다. 지주회사 사장은 회의 전 티타임에서 필자가 처음 산학관을 방문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런 스토리를 나누자 놀라셨다.
11시에 시작한 회의는 넓은 회의실에서 참석자 8명이 거리두기를 위해 떨어져 앉아 교내 창업인 'ImmunoMax'의 기술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IM Cell'이라고 멋지게 이름 지은 동물 세포주는 코로나와의 전쟁에 필수인 바이러스 백신 생산을 최대한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현재 사용 중인 'Vero'나 'MDCK' 세포주보다 바이러스 생산을 더 높이는 이유는 'BST 2'와 'RNase-L'이라는 두 유전자를 동시에 제거한 특별한 세포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화 하는데 단점은 작은 벤처가 좋은 제품을 상용화하더라도 이 기술을 사가지고 갈 회사가 너무 대형이고 한정적인 것이라고 평가위원으로 지적했다. 그래도 시리즈A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들의 면면을 보니 상당히 실력 있는 회사들이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면서 회의는 계속됐다. 그러나 1시 30분이 돼 필자는 먼저 일어났다. 오후 3시에 판교에서 벤처캐피탈 대표와의 미팅이 새로 잡혔기 때문이다.
치매와의 전쟁에 몰입하려면 우선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서울-경기 지역의 거리두기 2차 격상이 신약포럼에 영향을 주지 않나요? 인원을 최소화하시는 데 제가 짐이 되면 안 되니 저는 줌(Zoom)으로 들어도 좋습니다." 19일 카톡으로 이런 대화가 오가다가 결국 20일 오전 9시에 현장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방역은 철저했다. 이미 호텔 들어오며 발열검사를 두 번 받았는데 행사장인 오키드룸에 입장하기 전 세 번째 검사와 손에 세정제를 뿌리고 이름이 붙은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앞에는 플라스틱 방패가 놓여있다. 방 안의 인원도 연사들 포함하여 35명으로 제한했다고 한다. 와우! 그 현장에서 직접 듣는 것이 영광이었다.
개막식에 이어 기조강연은 8월 2일 새로 출범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인 묵인희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치매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제 개발 동향에 이어 마지막에 사업단 방향을 조금 선보였다. 사업단은 2028년까지 총사업비 2000억원을 투자하며 ▲치매 원인 규명과 발병기전 연구 ▲치매 예측·진단기술 개발 ▲치매 예방·치료기술 개발 등 3개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집중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