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발아기에 관여하는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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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노인성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선, 아밀로이드 플라크(신경반)가 많이 관찰된다. 이 신경반은 비정상적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뭉쳐 형성된 것이다.
이런 아밀로이드의 침적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10년 내지 15년 전부터 시작된다. 뇌 PET(양전자 방사 단층촬영) 기술의 발달로 비교적 최근 들어 확인된 사실이다.
뚜렷한 증상이 나타난 알츠하이머병은 치료하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기 시작하는 초기에 치료적 개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금까진 비정상 아밀로이드의 축적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APOE(아포지질단백질)가 지목돼 왔다.
APOE의 약 25%를 차지하는 APOE 4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변이형이 한 개 있을 땐 전혀 없는 사람의 2.7배, 두 개 있을 땐 17.4배로 알츠하이머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그런데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에 처음부터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RBFOX1이라는 이 변이형 유전자는 뇌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 조각의 농도를 높여 플라크 형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생긴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뇌 신경세포(뉴런) 연결부(시냅스)의 손상에 관여했다. 시냅스 손상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초기 증상 가운데 하나다.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병의 예방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아울러 고위험군의 조기 진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관련 논문은 미국 의사협회가 발간하는 'JAMA 신경학(JAMA Neurology)'에 22일(현지시간) 실렸다.
연구팀은 PET 검진 환자 4천300명의 유전체를 검사했다. 아밀로이드 축적이 PET에서 나타났지만, 아직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진 않은 사람들이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서 APOE와 함께 발견된 게 바로 RBFOX1이다.
연구팀은 RBFOX1이 초기의 아밀로이드 축적과 '분명히(unequivocally)' 연관돼 있다는 걸 확인했다.
피험자의 약 10%가 아밀로이드 축적과 관련이 있는 RBFOX1 변이형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유럽계가 두드러지게 많았다.
이 변이 유전자의 지시로 생성되는 단백질이 소량만 발현해도 아밀로이드 축적과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
비정상 아밀로이드의 축적에 APOE 4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건 익히 알려졌지만, 그 기전은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RBFOX1 유전자와 아밀로이드의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쉽게 풀릴 거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신경학과 과장으로서 이번 연구를 이끈 리처드 메이유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은 10년 내지 15년 조용히 자라다가 증상이 나타나 일단 발병하면 병세를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다"라면서 "아밀로이드 축적이 시작될 때 관여하는 유전자를 표적으로 해법을 찾으면 알츠하이머를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1697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