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호르몬 3가지 세트로 치매 치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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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크레틴(incretin)은 음식물이 소화돼 장관에서 영양분이 흡수되는 동안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 인크레틴은 크게 글루카곤 같은 펩타이드-1(Glucagon like peptide-1, GLP-1)과 가스트린억제폴리펩티드(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 GIP)로 나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한다. GIP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염증반응을 낮춘다.
글루카곤(Glucagon, GCG)은 췌장(pancreatic)의 알파 세포에서 생산하는 펩타이드 호르몬이다. 체내의 혈당의 양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갈 경우 글루카곤이 분비되는데, 이는 간에서 글리코젠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혈당량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인슐린과는 반대 작용을 하기에 글루카곤과 인슐린은 피드백 관계에 있다. 글루카곤은 또한 지방 분해를 통한 포도당 생성 속도를 조절한다. 제1형 당뇨병 같은 인슐린 억제 상태에서 글루카곤은 지방 분해를 유도한다. 글루카곤의 전구물질인 프로글루카곤은 췌장 알파세포에서 프로단백질 전환효소 2(proprotein convertase 2)에 의해 잘려 글루카곤을 생성한다. 반면, 장내분비 세포(enteroendocrine cell)인 L 세포에서는 다른 생산물인 글리센틴(glicentin), GLP-1(인크레틴), IP-2, GLP-2를 생성한다.
GLP-1/GIP/GCG는 장 호르몬 세트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호르몬 중 GLP-1을 증가시키는 두 가지 방법은 제2형 당뇨병 약으로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한 가지는 사람 GLP-1과 비슷한 GLP-1 유사체 또는 비포유류의 GLP-1 작용제를 주사제로 만든 약이다. 다른 한 가지는 GLP-1이 DPP-Ⅳ라는 효소에 의해 매우 빠른 속도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에 기초해 개발한 DPP-Ⅳ 억제 약물이다. 경구 투여하는 DPP-Ⅳ 억제제는 편리함 덕분에 주사제보다 매출이 좋다. GLP-1과 유사체는 음식물의 위 배출 속도를 지연시켜 포만감을 증가시킨다. 이 때문에 체중 감소 효과를 보여 비만에도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은 지난 1월 10일 'JPM 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의 후보물질인 'HM15211'의 올해 상반기 임상 진입을 예고했다. 여기에는 약물 반감기를 늘려주는 랩스커버리(LASCOVERY) 기술을 적용했다. 필자가 놀란 건 'HM15211'이 GLP-1/GIP/GCG 삼중작용제(triple agonist)라는 점이다. 인크레틴인 GLP-1과 GIP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하며, 염증반응을 낮춘다. 글루카곤은 지방분해를 유도해 체내의 LDL/HDL 프로파일을 개선한다. 일주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 제형인 이 삼중작용제(triple agonist, TA)는 당뇨·비만이 처음 타겟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 신약으로 우선 순위를 바꾼 것 같다.
한미의 JPM 발표에 앞서 지난달 2일에는 학술지 '브레인 리서치(Brain Research)'에 GLP-1/GIP/GCG 삼중작용제(TA)의 신경보호 효과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 제목은 '알츠하이머병의 APP/PS1 형질 전환 마우스 모델에서의 트리플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의 신경보호 효과'(Neuroprotective effects of a triple GLP-1/GIP/glucagon receptor agonist in the APP/PS1 transgenic mouse model of Alzheimer's disease)다. 영국의 랭캐스터(Lancaster) 대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마우스 모델인 APP/PS1 TG(transgenic mouse)를 사용해 이 삼중작용제를 매일 10 nmol/kg 용량으로 2달간 복강 주사했다. 투약 후에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해마부위의 기능을 시험하는 행동실험 (Morris spatial water maze test)을 했다. 행동실험 결과 알츠하이머 마우스의 해마기능이 되살아나는 결과를 얻었다. 더불어 미토콘드리아의 세포자멸을 유발하는 프로아포프토시스(pro-apoptotic) 시그날인 BAX 단백질의 감소와 세포자멸을 막는 항아포프토시스(anti-apoptotic) 시그날인 Bcl-2 단백질의 증가를 확인했다. 더욱 중요한 건,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해마의 신경세포 생성 촉진)의 분비가 증가했다. 인상적인 실험 결과는 바로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 총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성상세포(astrocytes)에 의한 신경염증도 감소함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삼중작용제의 알츠하이머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2017년 GLP-1 약물 '바이두레온(Bydureon)'의 파킨슨환자를 대상으로 한 운동 증상 개선효과가 학술지 '란셋(Lancet)’에 보고됐다. 같은 계열의 약물인 '빅토자(Victoza)'의 (작은 규모의 연구자 임상이지만)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상 개선 가능성도 알츠하이머 협회(Alzhemer’s Society)에서 발표한 바 있다. 한미의 삼중작용제 'HM15211'이 올해 상반기 안에 임상 1상에 돌입해 내년에 이를 마치면(물론 'HM15211'이 얼마나 많이 BBB를 통과하는가 하는 이슈가 존재하지만), 2·3상 임상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좋은 약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