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원인 규명 ‘한 발짝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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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원인 규명 ‘한 발짝 더’
질환 일으키는 타우 단백질 ‘빅뱅’
지난 6일 알츠하이머병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과다 생성돼 촉발된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미국 텍서스대 연구팀은 최근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알츠하이머의 또다른 요인인 타우(tau) 단백질이 신경섬유 엉킴을 유발하는 정확한 포인트를 찾아내 이 질환의 원인 규명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과도하게 만들어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에 침착돼 뇌 세포에 유해한 영향을 끼침으로써 발병한다는 것이 주요 기전으로 알려져 있으나, 뇌 세포의 골격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와 염증반응, 산화적 손상 등도 뇌 세포 손상을 일으켜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화학적인 면에서 알츠하이머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신경반(혹은 노인성 반점)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침착과 관련되며, 신경섬유 엉킴은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타우 병리학의 ‘빅뱅’
이번에 미국 텍서스대 남서 메디컬센터 뇌연구소팀이 발견한 것은 건강한 단백질이 독성은 띠었으나 뇌에서 치명적인 엉킴이 시작되기 직전 시점으로, 연구팀은 이를 ‘알츠하이머병에서의 빅뱅’으로 부르고 있다. 이 연구는 생의학저널 ‘이라이프’(eLife) 최근호에 발표됐다. 동영상
이번 연구는 타우 분자들이 서로 달라붙어 큰 응집체를 형성하기 직전 타우 분자의 모양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발병 전 이를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는 한편, 응집체가 형성되기 전에 타우 단백질을 안정화시키는 치료법 개발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텍서스대 남서의료원 알츠하이머 및 신경퇴행성 질병센터 원장인 마크 다이아먼드(Mark Diamond) 박사는 “우리는 이 발견을 타우 병리학의 빅뱅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질병이시작되는 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 중 가장 큰 발견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응용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번 발견은 알츠하이머병을 생각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아먼드 박사는 타우 단백질이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전염성 단백질인 프리온처럼 행동한다고 판단하는 주요 치매전문가의 한 사람이다.
“알츠하이머 문제 반환점 돌아”
이번 연구는 고립된 타우 단백질이 특별한 모양을 갖지 않고 알츠하이머환자의 뇌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엉킴을 형성하기 위해 다른 타우 단백질과 응집하기 시작한 후에야 유해성을 나타낸다는 이전의 생각과 모순된다.
연구팀은 사람의 뇌에서 타우 단백질을 추출하고 이를 단일 분자로 분리한 뒤 그런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유해한 형태의 타우 단백질이 안에서 정상적으로 접혀있는 자신의 일부분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노출된 부분이 다른 타우 단백질에 달라붙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신경세포를 죽이는 엉킴을 형성하게 된다.
다이아먼드 박사는 “이를 통해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에서 신경퇴행을 유발하는 최초의 분자 변화를 볼 수 있는 매우 조심스러운 지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를 동료인 루카스 요아키미악(Lukasz Joachimiak) 박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십억달러의 임상시험 비용을 쏟아부었음에도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가장 파괴적이며 곤혹스러운 병의 하나로 남아있다. 미국만 해도 500만명 이상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다이아먼드 박사는 질병의 기원을 밝혀내면 기억 소실과 인지 저하 증상이 명백히 나타나기전에 초기단계에서 병을 진단할 수 있는 핵심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알츠하이머병 해결 문제가 반환점을 도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토대로 진단 및 치료법 개발 중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환자의 피나 척수액을 검사해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나타내는 최초의 생물학적 징후를 탐지할 수 있는 간단한 임상검사를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진단에서 이어질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다이아먼드 박사는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할 수 있는 강력한 이유로 최근 허가받은 타파미디스(Tafamidis)라는 약을 인용했다. 이 약은 타우 단백질이 뇌에서 엉키는 것과 유사하게 심장에서 치명적인 단백질 축적을 일으키는 트랜스타이레틴(transthyretin)이라는 모양-변화(shape-shifting) 단백질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는 “이번 발견을 토대로 신경퇴행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이를 막기 위한 치료법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의 결실들이 효과가 있다면 알츠하이머 발병률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이는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다이아먼드 박사 연구실은 타우 단백질과 관련해 많은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놓았고, 이전에 타우 단백질이 뇌에 바이러스처럼 퍼질 수 있는 전염성 단백질인 프리온 같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또 인간 뇌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다른 많은 변종이나 자가복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다이아먼드 박사는, 그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병을 일으키는 단일한 타우 단백질은 여러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각각 다른 형태의 치매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