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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기억력 저하만 치매? 느린 행동, 심한 잠꼬대, 우울증도 치매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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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사회활동이나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알츠하이머병·루이소체 치매·파킨슨병 치매·혈관성 치매 등 종류가 다양하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 환자는 42만4239명이다. 이 중 알츠하이머병이 50~70%를 차지한다. 주요 증상이 기억력 저하다. 그래서 ‘치매=기억력 저하=건망증’으로 오해한다. 기억력 저하가 없으면 치매가 아닌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매 유형별로 증상 차이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병을 키운다. 
   

드물었던 루이소체 치매 증가세
알츠하이머환자 41%가 증상 동반
기억력 저하 알츠하이머와 달라
의심 증세 보이면 정밀 검사해야

이름조차 생소한 ‘루이소체(Lewy bodies) 치매’가 대표적이다. 강원대병원을 비롯한 국내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치매와 노인 인지장애’에 발표한 논문(2008)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6.3%가 치매를 앓는다. 이 중 알츠하이머병은 4.8%, 혈관성 치매는 1%, 루이소체 치매는 0.4%, 기타 0.1%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의 10분의 1이 안 될 정도로 비중이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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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치매 환자에게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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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대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신경학’에 발표한 논문(2015)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 531명 중 루이소체 치매를 동반한 사람이 215명(40.5%)이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10명 중 4명꼴이다. 지금껏 알려진 루이소체 치매 유병률보다 훨씬 높다. 왜 그럴까. 이유는 루이소체 치매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워서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고 파킨슨병 치매와 증상이 비슷하다.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면 이 셋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진단율이 1%에도 못 미친다. 
  
박모(78·서울 관악구)씨는 지난해 10월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년 만에 혼자 생활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동네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고 약을 먹었다. 그런데 부인이 “남편이 좀 이상하다”며 큰 병원을 찾았다. 박씨는 종일 졸거나 묻는 말에 잘 대답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다. 어떤 날은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았다. 
  
그 전에도 특이한 증상이 있었다. 10년 전부터 박씨는 자다가 종종 부인을 때렸다. 다음날 물어보면 “꿈속에서 화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를 진찰해 보니 동작이 느리고 몸이 굳어지는 파킨슨병 증상이 있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인지기능·핵의학 검사를 했더니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루이소체 치매를 앓고 있었다. 
   

치매 종류별 주요 증상
● 알츠하이머병 
- 가벼운 건망증으로 시작해 최근 일부터 잊어버림 
- 망상증과 공격성 나타남 
- 방향 감각 떨어지고 단어·이름을 빨리 떠올리지 못함 
  
● 루이소체 치매 
- 파킨슨병 증상 : 행동이 느리고 몸이 떨리며 근육이 굳음 
- 환시, 인지기능이 좋았다 나빴다 함 
- 파킨슨병 증상 발생 후 1년 이내에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남 
  
● 파킨슨병 치매 
- 루이소체 치매와 증상이 유사 
- 파킨슨병 증상 발생 후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기까지 1년 이상 걸림 
  
● 혈관성 치매 
- 몸에 마비 오거나 발음이 부정확하고 시야 좁아짐 
- 갑작스럽게 기억력, 인지능력 나빠짐 
- 성격이 급해지거나 게을러지며 욱하는 증상 생김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의 차이는 뭘까.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이고 ‘타우’ 단백질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에 들러붙어 발생한다. 주요 증상은 기억력·인지기능 저하다. 가벼운 건망증으로 시작해 언어능력·이해력, 읽고 쓰는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중뇌(中腦)의 도파민세포·후두엽·전두엽 바닥에 쌓여 생긴다.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주요 증상은 행동이 느리고 몸이 떨리며 근육이 굳는다. 여기에 우울증, 심한 잠꼬대, 일어설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 심한 변비를 동반할 수 있다. 
  
폭력 줄이려 항정약 먹으면 악화 
  
박씨처럼 루이소체 치매 환자는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병 치매와 혼동하기 쉽다. 파킨슨병 치매와 구별하기 위해선 증상 발생 순서를 보면 된다. 파킨슨병 치매는 파킨슨병으로 동작이 느려지고 몸이 굳어지는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그런 다음 서서히 인지기능이 떨어지면서 치매로 악화한다. 루이소체 치매는 파킨슨병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가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지기능 저하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진단 과정에서 루이소체 치매를 놓치면 문제가 생긴다. 일부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공격적 성향을 보일 때 루이소체 치매가 있는 줄 모르고 항정약물(항정신병약)을 먹거나 도파민 작용을 방해하는 소화제를 복용하면 병이 급격하게 악화할 수 있다. 체내에 도파민이 부족하면 의욕이 떨어지고 우울증이 생긴다. 행동이 느려지거나 손발 떨림·근육 강직 등 파킨슨병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이모(82·여·경기도 안양시)씨는 3년 전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고 치매약을 복용했다. 치매약을 먹는데도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망상에 시달렸고,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가족이 이런 사실을 호소하자 병원이 항정약을 처방했다. 덕분에 망상과 공격성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씨는 동작이 느려지고 계속 누워 있거나 자는 날이 많았다. 약 복용 3개월 후에는 아예 거동을 못해 입원했다. 이씨의 증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진료실을 찾았다. 
  
우선 항정약을 끊게 했다. 이씨를 검사해 보니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함께 앓고 있었다. 약을 끊자 파킨슨병 증상이 점점 호전됐다. 치매 환자의 공격적인 행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항정약물을 종종 투여하는데,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게는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 투여한 약물이 오히려 치매를 악화시키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보건소 간이 검사로는 진단 못해 
  
요즘 보건소에서 치매 간이 검사를 많이 한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에는 도움이 되지만 루이소체 치매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간이 인지검사는 교육 수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검사를 여러 번 받은 사람은 항목을 외운다. 검사 점수가 올라가 치매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루이소체 치매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종합하면 ▶파킨슨병 증상 ▶환시(幻視) ▶인지기능·집중력 저하 ▶항정약물에 대한 과민반응 ▶잠꼬대(꿈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수면 중에 팔다리를 휘두르는 증상) ▶심한 어지럼증이나 기절 증상 ▶심한 변비 ▶과다 수면 ▶우울증 등이다. 잠꼬대는 루이소체 치매가 발병하기 수십 년 전부터 나타날 수 있다. 
  
이 증상을 바탕으로 설문지를 만들어 환자 상태를 잘 아는 보호자나 가족이 작성하면 초기 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 루이소체 치매 환자의 대부분이 파킨슨병 증상을 동반한다. 파킨슨병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찰받으면 루이소체 치매를 조기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손·입 바삐 움직이고 주변과 어울려야
치매는 치료약이 아직 없다. 약이 있어도 증세의 진행을 늦출 뿐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손과 입은 뇌를 자극하는 신체기관이다. 평소에 손을 많이 쓰고 음식을 꼭꼭 여러 번 씹는다. 두뇌 활동은 치매 발병과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두뇌가 활발히 움직이도록 기억하고 배우는 습관을 들인다. 우울증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세 배 높아진다. 봉사·취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혼자 지내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다.
 
◆예병석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출처: 중앙일보] [건강한 당신] 기억력 저하만 치매? 느린 행동, 심한 잠꼬대, 우울증도 치매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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