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지식in] 치매 왜 생기는 걸까? ... 흔들리는 알츠하이머 원인의 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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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절차, 미국 비자 요건과 같은 사회 이슈는 물론. 줄기세포 주사, 조류독감(AI), 구제역과 같은 과학 상식까지. 공부할 게 참으로 많은 세상입니다. 이번 사이언스 지식인에서는 과학뉴스에서 설명하지 못한 채 지나간 과학 상식을 해설합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현대 의학의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입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났고, 그 늘어난 삶의 기간 동안 품위 있게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치매는 이런 소망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입니다. 뚜렷한 치료법도 없고, 정확한 원인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답답합니다.
의학계와 제약사는 알츠하이머 병 치료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 물질로 꼽히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없애 병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이 베타-아밀로이드 제거를 통한 알츠하이머 병 치료제 개발 노력을 포기하는 사례가 연이어 생겨 많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Q. 우선, 아밀로이드…가 뭔가요?
아밀로이드는 당과 단백질이 뭉쳐진 덩어리입니다. 길쭉길쭉한 가닥처럼 보이죠. 보통 가닥 하나의 너비가 5~15㎚(나노미터), 길이는 수 마이크로미터 정도입니다. 본래는 우리 몸 안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하던 단백질이 세포 주변에서 덩어리를 이루며 아밀로이드를 이룬 것이지요. 주를 이루는 단백질 종류와 뭉친 모양은 아밀로이드마다 다릅니다.
Q. 그게 어떻게 알츠하이머를 일으킨다는 거죠?
아밀로이드는 독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 독성으로 주변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지요. 다양한 아밀로이드가 20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보통 뇌세포 주변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입니다. 1987년 독일의 의사였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자신이 돌보던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를 처음으로 발견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습니다. 베타-아밀로이드 때문에 다친 신경세포들이 죽어나간다는 겁니다. 2013년, 샤츠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팀은 베타-아밀로이드가 덩어리를 형성하기 이전부터 신경세포에 손상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지요.
Q. 맞는 것 같은데… 이제 와서 그게 틀렸단 건가요?
아직 확언할 순 없다는 겁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를 일으킨다는 것도 여러 가설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게다가 최근 아밀로이드 형성을 막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던 두 제약회사가 임상시험을 중단하면서 아밀로이드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아밀로이드를 목표로 한 신약 ‘솔라네주맙’ 임상시험을 중단한 데 이어 14일, 제약회사 ‘머크(MSD)’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3차 임상시험을 멈췄거든요.
머크사에서는 베타-아밀로이드를 만드는 효소 ‘BACE1’의 작용을 막을 수 있는 ‘베루베세스타트’를 개발해 임상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BACE1이 베타-아밀로이드를 만들 수 없게 만들어 뇌세포 손상을 막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특별한 치료효과를 보지 못했지요. 이에 자료모니터링위원회에서 “임상적으로 긍정적 소견을 도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며 3차 임상시험을 중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Q. 그럼 앞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희망이 없는 건가요?
알츠하이머의 원인에 대해선 타우 가설, 박테리아 가설 등 다른 가설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다른 가설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도 열심히 진행중이고요.
한 예로 작년 11월, 한국과학기술원(KIST) 김영수 연구원은 알츠하이머 원인의 가설로 꼽히는 두 가지 물질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두 개를 동시에 없애는 물질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원이 개발한 물질은 ‘네크로스타틴-1’이라는 물질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쥐에게 이 물질을 투입하자 인지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지요. 김영수 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는 오랜 논쟁 대상인 아밀로이드 VS 타우 가설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이라고 연구성과를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