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의 트와이라잇 존, 뇌의 노화를 막는 혈액 속 불로장생의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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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트와이라잇 존, 뇌의 노화를 막는 혈액 속 불로장생의 물질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18.08.10 06:20 | 최종 업데이트 18.08.10 08:09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트와이라잇 존(The Twilight Zone)은 미국의 각본 작가 로드 설링(Rodman Serling)에 의해 제작된 텔레비전 시리즈의 명칭이다.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 SF), 호러, 미스터리 등의 놀랍고 소름 끼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뇌과학 연구에서도 가끔 트와이라잇 존에 나올 것 같은 연구테마가 보고된다. 예를 들면 젊은 쥐와 나이든 쥐의 피에 대한 것이다. 젊은 쥐의 피를 나이든 쥐에게 수혈하면 나이든 쥐의 뇌가 다시 회춘하고 나이든 쥐의 피를 젊은 쥐에게 수혈하면 젊은 뇌의 노화가 가속화된다. 진시황이 애타게 찾았던 불로장생의 어떤 신비한 물질이 혈액 속에 들어있는 것일까? 최근 10여년 간, 이 혈액 속 미지의 불로장생의 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다수의 논문으로 출간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도 미국에 여럿 생겨났다. 그리고 지난 6월에 미국 콜로라도 키스톤에서 열린 조인트 미팅(Joint Symposia on Advances in Neurodegenerative Disease Reserch and Therapy/New Frontiers in Neuroinflammation)에서 그 정체의 윤곽이 일부 드러났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한 인간 수명의 연장은 자연스럽게 노화와 인지기능 감소로 인해 고통받는 노인층의 증가로 이어진다. 건강하게 늙어간다 하더라도, 생물학적 시계에 의해 프로그램된 노화에 의해 뇌 내의 조직학적, 분자적, 병리학적 변화가 촉발된다. 파라비오시스(parabiosis, 개체 결합)라는 마우스 모델을 통해 젊은 개체의 혈관 시스템을 늙은 개체와 병합할 수 있다. 몇몇 연구진은 이 파라비오시스 모델을 통해 생물학적 시계를 뒤섞으면, 젊은 쥐의 혈장 속 세포 혹은 물질이 젊은 뇌를 유발하고, 반대로 늙은 쥐의 물질은 젊은 쥐의 뇌를 노화하게 만드는 현상을 관찰해 왔다. 알츠하이머나 치매 등의 퇴행성 뇌질환 모델에서도 같은 개념이 적용된다. 이 퇴행성 질환의 상위 개념의 자극 중에 제 1의 강력한 위험요소가 노화이다. 치매의 마우스 모델에 젊은 쥐의 피를 수혈받으면 신경 손실, 뉴런 생성 그리고 기억 상실까지 막아준다. 늙은 쥐의 피는 이런 과정을 더 가속화시킨다.
지난 6월 키스톤 학회에서 토니 위스-코레이(Tony Wyss-Coray) 교수팀은 혈류를 순환하고 있는 이러한 노화 인자가 어떻게 뇌 속으로 침투해 뇌의 노화까지 유발하게 되는가에 대해 발표했다. 이러한 단백질 인자의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의 통과 여부가 역시나 중요한 요소였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BBB가 느슨하게 된다는 전제 하에서 혈액 내 노화 관련 인자에 대한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를 검토했다. 연구팀은 BBB를 구성하는 뇌의 내피세포(brain endothelial cells, BECs) 내의 수많은 단백질 중, 노화에 따라 농도가 높아지는 단백질을 조사했다. 총 31개의 단백질이 발견됐다. 그 중 8종이 BECs에서 발현했고 그 중 5종이 혈관 기능과 연관이 있었다. 그 5개 후보 중 단연코 VCAM-1이 나이가 듦에 따라 농도가 가장 급격히 증가하는 단백질이었다.
VCAM-1은 면역 글로불린 수용체군(immunoglobulin receptor family) 가운에 하나인데 상처나 염증자극이 있을 때 주로 혈관 내피세포의 표면에 표현된다. VCAM-1은 백혈구가 혈관벽에 접착하는 과정과 경혈관 이주(transvascular migration)에 관여해 염증이 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접착분자 중의 하나로, 호중구(neutrophil)에 발현되는 VLA4(very late antigen-4, integrin alph4beta1)에 붙는다. VCAM-1은 ADAM17이라 불리는 분해 효소에 의해 잘라진 형태인 sVCAM-1(soluble VCAM-1)로 혈관 내로 유입된다. sVCAM-1의 혈액 내 농도와 인지 기능 저하가 상관관계가 있고 심지어 사망률과도 관계가 있다고 토니 위스-코레이 교수는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