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뇌’ 사이를 이어주는 장내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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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 사이를 이어주는 장내 미생물
단 걸 먹으면 왜 기분 좋아질까
스트레스 받으면 왜 배탈이 날까
장내 미생물·세포가 원인일 수도
호르몬 분비량과 관련성 드러나
왜 이런 연결 축이 생긴 것일까
상호작용 비밀이 벗겨지고 있다
힘들 때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왠지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장에 탈이 나기도 한다.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장과 뇌가 실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들이 최근 몇 년 새 잇따르고 있다. 전문 용어도 생겼다.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이라는 개념은 장과 뇌 사이에 생체신호를 주고받는 ‘정보 고속도로’가 존재함을 말해준다.
산모의 장내 미생물과 태아의 신경망 발달을 연구해온 허준렬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의대 교수는 “장내 미생물(세균)이 장 신경망 또는 뇌에 영향을 주는 과정, 또는 뇌 활성이 직접 또는 면역세포를 통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주는 과정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과 세포들이 장과 뇌의 소통에서 하는 중요한 역할들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뇌에 영향 주는 경로
장과 뇌의 소통이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주요한 관심 대상이 된 건 최근이다. 2011년 장내 미생물 종 구성의 차이에 따라 실험 쥐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 보고가 나온 이래 이런 주제의 연구가 활발해졌다. 장내 미생물을 없앤 이른바 ‘무균’ 쥐와 장내 미생물을 지닌 보통 쥐 사이에 나타나는 행동이나 질환 차이를 관찰해, 특정 장내 미생물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주로 연구돼왔다. 그러면서 장내 미생물이 뇌 기능에 관여하는 매개 과정도 어느 정도 밝혀졌다.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은 장과 뇌의 소통을 이어주는 매개물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 몸에서 세로토닌의 90%가량은 장내에 1% 정도로 드물게 분포하는 특정 내분비 세포(‘EC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장내 미생물도 세로토닌 분비량에 영향을 준다는 실험 결과들이 최근 나왔다. 2015년 미국 칼텍 연구진은 ‘무균’ 쥐에서는 세로토닌 생산이 뚜렷이 줄어들었으며, 특정 미생물을 무균 쥐의 장에 넣으니 세로토닌 분비가 다시 늘고, 보통 쥐에서 장내 미생물을 모두 없앴더니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물학술지 <셀>에 발표된 이 연구는 장내 미생물의 대사산물이 장내 내분비 세포에 작용해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주고, 그럼으로써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장내 미생물의 분비물(대사산물)이 면역세포를 자극해 뇌에 영향을 주는 신호분자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도록 하는 데에도 관여한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 장내 환경이 우울, 불안, 자폐증상 같은 정신건강 상태와 연관된다는 연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동물 생장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이원재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결국 어떤 생화학 물질을 통해 장에서 뇌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인데, 그 신호의 정체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장내 미생물이 직접 만들거나 장내 세포와 대사물질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내는 물질이 알츠하이머나 퇴행성 뇌질환과도 깊이 관련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동물실험 결과들”이라고 전했다.
‘소통 역할’ 세포들 메커니즘에 주목
장내 특정 세포들이 주변 신경세포와 소통해 뇌에 정보를 전달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신경과학 연구진은 최근 <셀>에 낸 논문에서, 세로토닌을 만들어내는 내분비 세포들이 장내에서 특정 물질을 감지하면 그 정보를 주변 신경세포에 직접 전달해 뇌에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허준렬 교수는 “장내 세포가 음식이나 장내 미생물의 자극을 감지해 이를 신경세포에 전달하고 결국에 뇌에도 알려줄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세포 수준에서 밝혀낸 연구”로 평하면서 “장내 세포와 면역 세포들이 함께 작용해 여러 신호를 신경 세포에 전해준다는 연구들이 최근 여러 실험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과 뇌 사이엔 왜 연결축이 생겼을까? 생존에 꼭 필요한 음식물을 다루는 소화기관의 정보라면 뇌가 어떤 식으로건 직접 관리해야 하기 때문일까? 캐나다 과학잡지 <더 사이언티스트>는 “연결망 덕분에 장내 정보는 몇분이 아니라 몇밀리초 만에 뇌에 전달될 수 있을 것이며, 예컨대 독을 먹었을 때 장 세포들이 이에 반응하고, 뇌가 곧 구토나 설사를 일으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것도 이런 연결 덕분일 것”이라는 해석을 전했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의 영향에 관해선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장내 미생물과 뇌 건강의 선후 관계와 관련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란은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 또한 장내 미생물의 영향이 실험동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 몸에선 어떻게, 얼마나 나타나는지도 더 밝혀져야 하는 문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이언 캐럴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91명의 장내 미생물 군집과 우울증, 스트레스, 불안감 등 정신건강 척도를 서로 비교해보니 둘 간에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볼 수 없었다는 결과를 1월 과학저널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 연구가 주로 실험용 무균 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과 뇌의 연결축은 점점 자세히 밝혀지고 있지만, 그 상호작용이 어떻게,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는 후속 연구들의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 일문일답 (※ 일부 표현을 다듬었습니다. 잘못 다듬은 대목이 있다면 기자의 책임입니다)
허준렬 교수/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의대
장과 뇌의 연결축(gut-brain axis)이라는 개념은 현재에도 주목받는 연구 주제인지요?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 과학계에서는 2015년 말에서 2016년까지 큰 주목을 받은 듯한데요.
“예, 현재에도 주목받고 있는 연구 주제입니다. 앞으로 크게 더 성장해 나갈 분야라 생각됩니다.”
장과 뇌의 연결축 개념과 관련해, 교수님은 주로 어떤 연구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지요?
“저의 실험실에서는 현재 엄마의 임신 중에 엄마 뱃속에 있는 장내 세균과 태아의 신경망 발달에 큰 상관관계가 있음을 쥐를 모델로 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임신 중 일어나는 장내 세균과 태아 뇌 발달의 관계를 공부한다는 점에서 좁은 의미의 장과 뇌 연결축보다는 넓은 의미(두 개체를 포괄하는) 장과 뇌 연결축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과 뇌의 연결축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정의되는지요? 이런 개념이 이전에 생각하던 장과 뇌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새로운 통찰이나 이해를 던져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장에 존재하는 세균들이 뇌에 영향을 주고 그를 통해 개체의 행동이나 무드(mood), 에너지 대사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둘째는 뇌에서 장까지 연결된 신경세포망을 통해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혹은 면역세포들을 조절하는 개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겠지요.
예전에는 장과 뇌가 서로 떨어져 따로 존재하는 조직이라 생각했지만, 장과 뇌의 연결 축을 통해 두 조직 또한 장에 존재하는 세균이 기능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서로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뇌는 약물조차 들어오지 못하도록 외부물질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멀리 떨어진 장내 환경에 관한 정보를 신경망을 통해 직통으로 받고 있는 듯합니다. 장과 뇌의 관계가 이렇게 유지되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어떤 이유로 설명될 수 있을까요? 어찌보면 영양분을 섭취하는 장은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핵심 생체기관이고, 그렇기 때문에 예컨대 독극물을 먹었을 때 즉시 구토나 설사를 일으도록 하는 식으로 중추신경계가 핫라인(hotline)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가능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화론적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겠지요. 또한 장으로 국한해서 얘기할 뿐 아니라, 장에 존재하는 세균들, 또한 면역세포들 그에 더 나아가 상피세포(epithelial cells)들까지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신경망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고 있습니다. 비슷하게 호흡기를 통해 뭔가 외부 물질이 들어왔을 때 구토하거나 재체기를 해서, 폐에서 내보내도록 하는 기작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또한 뇌에 있는 ‘혈액 뇌 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BBB가 모든 외부물직을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물질들이 뇌로 들어오지 못하지만, 들어올 수 있는 것들도 분명 존재하고, 그 정확한 기작(무엇을 들여보내고 무엇을 들여보내지 않는가)에 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장-뇌 축(gut-brain axis)을 설명할 때, 단지 장에 존재하는 신경망과 뇌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에 국한해 얘기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위에서 예로 말씀하신 독극물의 경우는, 제가 말씀드렸던 ‘폐’의 예와 마찬가지로 신경망끼리의 연결에 더 강조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장-뇌 축은 이와 더불어 장에 존재하는 세균들이 장 신경망 혹은 뇌에 영향을 주는 과정, 또한 뇌의 활성이 장내 세균에 직접 혹은 면역세포를 통해 장내 세균의 구성 혹은 활성에 영향을 주는 개념까지 포함해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추신경계가 있으며 또한 장신경계가 있습니다. 둘은 어떻게 구분되는지요? 둘 간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지요?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spinal cord)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tem)는 장과 위 소화기관 등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세포망을 의미합니다. 일단 둘 사이는 크게 하는 일(몸 전체 vs 소화 관련 기관들의 활성 조절)에 있어 다릅니다. 하지만, 또한 다른 많은 주변부(periphery)에 존재하는 신경망처럼, 장신경계도 척수를 거쳐 뇌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구조에서도, 중추신경계와 달리 장신경계는 혈액 뇌 장벽(BBB)에 의해 보호받고 있지 않습니다.”
장내 미생물 또는 그 대사산물로 인해 활성화하는 장내 특정 세포들이 뇌 기능조절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해 이 분야에서 제기되는 큰 도전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장내 미생물 중 상당수는 시험관에서 배양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직 저희가 그들의 대사에 관해 잘 알고 있지 못해 그렇습니다. 또한 어떤 종류의 장내 대사산물이 존재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까지 도달하며,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런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이 장내 신경세포를 통하는지 아니면 직접 혈류 순환(blood circulation)을 통해 뇌까지 도달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장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면역세포들을 통해 뇌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밝히기 위한 더 많은 연구들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최근 장내에서 매우 적게 존재하는 특정 종류의 내분비 세포(EC세포)가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연구결과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때 EC세포와 시냅스를 이루는 것은 중추신경계인지요? 장신경계인지요?
“장 신경계입니다.”
이런 연구는 장내 환경에 관한 정보가 EC세포, 신경세포를 거쳐 뇌에 직통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이해해도 될런지요?
“직통이라는 말이 EC세포에서 취합된 정보가 단 하나의 신경세포를 거처 직접 뇌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맞는 말씀입니다. 장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포중 EC세포가, 음식이나 세균등 외부의 자극을 인지해 이를 신경세포에 전달해 주고 결국 뇌까지 이런 외부 자극의 유무를 알려줄 수 있다는 기작을 세포 수준까지 밝혀 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발표가 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외부자극들이 상피세포(epithelial cell)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receptor) 단백질들을 활성화하고, 이때 면역세포들이 같이 작용하여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해 준다는 연구들이 여러 실험실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보면, 혹시 과장된 인식이나 잘못된 인식을 할 여지는 없을런지요? 즉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이며, 장과 뇌의 관계에서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 동물실험 위주의 연구결과들인데도, 혹시나 식품회사나 일부 기업들이 장내 환경이 뇌를 좌우한다며 장내 환경 개선 상품들을 과장해 상업화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되어서요. 이런 흥미롭게 현재진행중인 과학연구의 결과들을 일반인들이 적절하게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인식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일단 이런 과학연구의 결과들을 보시고 재미있네, 하고 느끼시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셨듯이,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이고 앞으로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어 나갈 것입니다. 장내에 존재하는 특정 세균의 존재 유무, 장신경세포의 활성을 올리거나 내렸을 때 뇌의 어느 부분이 영향을 받는지, 그로 인한 행동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가 알려져야 하겠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아프거나 혹은 즐겁거나 다른 기분에 변화가 있을 때, 이런 뇌의 활동이 어떻게 장에 영향을 주는지, 장에 존재하는 세균들의 구성에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한 장에 있는 면역 세포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겠습니다.
일부 기업이나 식품회사들이 연구 결과를 과장해 상업화하는 경우는 항상 있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건강보조식품들이라는 것이 과학적 연구결과를 과장하거나 편리한 대로 해석해 광고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경향은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언론매체들이 최근 연구 동향을 계속 일반 독자분들에게 잘 전달해 주었을 때, 더 많은 분들이 즐거운 과학적 상상을 하시게 되고 또한 더욱더 크리티컬하게(critically) 연구결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과대 상업화 문제는 차츰 해결되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 일문일답 (※ 일부 표현을 다듬었습니다. 잘못 다듬은 대목이 있다면 기자의 책임입니다)
이원재 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장과 뇌의 연결축(gut-brain axis)이라는 개념은 현재에도 주목받는 연구 주제인지요?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 과학계에서는 2015년 말에서 2016년까지 큰 주목을 받은 듯한데요. 그리고 장과 뇌의 연결축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정의되는지요? 이런 개념이 이전에 생각하던 장과 뇌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새로운 통찰이나 이해를 던져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앞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행동 장애(장내 세균이 없는 마우스가 차분하지 못하고 과도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 자폐증 등에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이 분비하는 세로토닌이 기분을 조정한다는 논문도 있었고요. 결국 장에서 뇌로 어떤 화학적 물질을 통한 신호를 보낸다는것인데, 그 신호의 정체(화학물의 구조)는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아마 그 물질은 장내 세균이 직접 또는 생체세포와 서로 대사물질을 주고 받으면서 생기는 물질로 추정됩니다. 아무튼 이런 물질이 궁극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등과 같은 노인성 뇌질환과도 깊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동물모델의 연구 결과들이기도 합니다. 초파리의 경우에는 장내 세균이 내는 물질 (세포벽 성분인 펩티도글리칸)이 알을 낳는 방식을 바꾼다는 보고까지 있습니다.”
장과 뇌의 연결축(gut-brain axis)의 개념과 관련해, 교수님은 주로 어떤 연구주제에 관심을 두고 계신지요?
“저는 어떻게 장내 세균의 물질(정확하게 어떤 물질이), 어떻게 동물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를 보면 장과 뇌의 연결축은 신경세포가 주축이 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또한 그런 정보 고속도로 구실을 하는 중추신경계를 타고서 뇌에 영향을 주는 매개물질로는, (1)미생물 대사산물이나 음식물 성분 등이 자극하여 장내 세포(EC세포)에서 생산되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 (2)면역세포를 돕는 장내세포를 통해서 뇌에 영향을 주는 면역 물질 생산 등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미생물이 내는 대사물질을 발견하고자, 많은 연구팀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어 보입니다만 조간만 많은 놀라운 연구결과들이 나올것으로 기대합니다. 미생물의 대사물질들 그리고 이들 대사물질에 의해 조절되는 장세포(예를 들어서 장의 내분비 세포)의 조절 기전, 그리고 분비하는 호르몬의 종류(세로토닌 이외에), 그리고 이들 분비 호르몬의 수용체가 뇌의 어떤 부분에 분포되어 있나 등이 현재 가장 초점을 맞추는 분야라 생각됩니다.”
장내 미생물 또는 그 대사산물로 인해 활성화하는 장내 특정 세포들이 뇌 기능조절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해 이 분야에서 제기되는 큰 도전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생리활성이 있는 장내 미생물 유래 대사물질 발견 및 작용메카니즘 설명. 예컨대 대사물질이 장 호르몬을 분비 유도한다면 어떻게 유도하나? 직접 뇌에 작용한다면 어떻게 작용하나? 어떤 수용체를 이용하나? 뇌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나? 등.”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보면, 혹시 과장된 인식이나 잘못된 인식을 할 여지는 없을런지요? 즉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이며, 장과 뇌의 관계에서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 동물실험 위주의 연구결과들인데도, 혹시나 식품회사나 일부 기업들이 장내 환경이 뇌를 좌우한다며 장내 환경 개선 상품들을 과장해 상업화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되어서요. 또는 장내미생물로 뇌를 조정한다는 식의 단순한 과장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이런 흥미롭게 현재진행중인 과학 연구의 결과를 일반인들이 적절하게 유익하게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인식하는 게 바람직할까요?(무엇보다 장과 뇌가 하향식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 관계라는 식, 우리 몸은 복잡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식, 장내 환경 또는 상태가 뇌를 조절하는 중대한 인자는 아닐지라도 그런 여러 다양한 인자들 중의 당당한 하나라는 식의 이해는 적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네, 걱정되는 부분이 많죠. 지금도 (일부의 경우에) 장내세균 유산균 음료가 과장 광고되고 있고 홈쇼핑에서 어마어마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 등이 좋은 예입니다. 그 잠재적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기전(물질 및 작용방법)은 모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유산균 음료처럼 이미 작용기전을 몰라도 복용하는 음식물이라서, 이런 부분을 이용해 (작용 원리는 모르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측면이 많습니다.”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