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치매는 여러 종류… 진단 정확해야 치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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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예병석(40·사진) 교수는 치매와 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장애 치료 전문가다.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요인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극복해 나갈 방도를 찾아준다.
예 교수는 2004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및 전공의 수련을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임상강사(전임의)를 거쳐 2014년부터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예 교수는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치매, 파킨슨치매 혈관성치매, 혼합형 치매의 감별진단 및 치료에 관심이 많다. 진찰만 정확히 해도 조절이 가능한 치매 행동 및 증상들이 오진으로 인해 더 심해지고 소용도 없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 치매로 인한 고통을 줄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예 교수한테 물어봤다.
-치매란 어떤 병인가.
“치매는 사회활동이나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널리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루이소체 치매, 파킨슨 치매, 혈관성 치매 등 발병 원인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사망한 후 뇌를 부검한 결과 약 40%에서 루이소체 및 파킨슨병으로 의심되는 병리 소견이 관찰됐다는 보고가 있다. 루이소체·파킨슨치매 환자의 약 절반 정도에서도 알츠하이머 병리 소견이 보인다. 이는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파킨슨치매가 병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경색이나 뇌출혈에 의한 혈관성치매와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 환자를 살필 때는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파킨슨병, 혈관성 뇌질환을 모두 의심해보는 것이 원칙처럼 돼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 밖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쌓이는 ‘타우’ 단백질이 주원인이다. 반면 루이소체·파킨슨치매는 ‘알파 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신경세포 안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겉보기에도 증상이 다른가.
“그렇다.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쌓여 발생한다는 점은 같으나 질환이 발현되는 모습은 완전 딴판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나빠지는 기억력 저하가 주 증상이다.
반면 루이소체치매는 집중력과 시공간기능(방향감각), 전두엽기능(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혼선을 빚으며 나빠지는 병이다. 동작이 굼뜨고 구부정하게 걷는 파킨슨 증상도 동반된다. 또 밤에 헛것이 보이는 환시 증상이 반복되거나 의식저하로 자꾸 졸게 되고 횡설수설하는 등 인지기능 변동 증상이 나타난다. 만약 우울 증상이나 환시, 착시, 심한 후각기능의 저하, 심한 잠꼬대 등을 겪다가 치매 증상을 보인다면 루이소체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파킨슨치매는 특유의 파킨슨 증상을 1년 이상 먼저 보인 뒤 치매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인지기능 저하 쪽이 더 심하면 루이소체치매, 걸음걸이 등 이상운동 쪽이 더 심하면 파킨슨치매로 진단하게 된다. 대개 양쪽 증상이 다 나타나기 때문에 요즘엔 루이소체·파킨슨치매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감별 진단은 어떻게 하나.
“신경과 전문의가 직접 환자를 보고 진찰해서 뇌 영상검사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현재 사용되는 임상검사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는 약 70%밖에 안 된다. 나머지 30%는 알츠하이머가 아닌데도 알츠하이머(위양성)로, 반대로 알츠하이머가 맞는데도 알츠하이머가 아닌 것(위음성)으로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정도를 알아보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더 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있는데도 치매 증상을 안 보이는 경우(무증상 아밀로이드 침착)가 있어서다.
따라서 인지기능검사, MRI 등의 뇌 검사를 통해 뇌세포 손상 및 이에 따른 기능저하를 확인해야 확진이 가능하다.
루이소체치매도 마찬가지다. 80∼90%가 파킨슨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신경과 의사의 전문적인 진찰을 통해 파킨슨 동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혈관성 치매는 발음장애나 팔다리의 위약감, 반사항진(反射亢進) 등 뇌경색 또는 뇌출혈에 의한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동반된다. 또 뇌 MRI 검사 상 뇌경색과 뇌출혈 또는 뇌허혈증(작은 혈관이 반복적으로 막힌 흔적) 소견을 보인다.
어떤 경우든 치매 증상을 보이면 반드시 의사가 직접 진찰을 하고 뇌 영상검사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루이소체·파킨슨치매 환자에게 항정신성 약물이나 항도파민 물질이 포함된 소화제를 투여하면 파킨슨병에 의한 이상운동과 인지기능 저하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루이소체·파킨슨치매는 뇌 MRI로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진찰이 더욱 중요한 병이다.”
-혼합형 치매가 늘고 있다는데.
“내가 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절반 정도가 파킨슨 증상을 동반하고 있다. 뇌 영상검사를 해보면 루이소체치매 환자들도 절반가량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단백 침착 소견을 보인다. 이는 두 질환이 병발하는 혼합병리 비율이 생각보다 많다는 얘기다.
알츠하이머에 루이소체가 병합됐을 때는 뇌가 상대적으로 더 위축돼 있고 증상악화 속도도 더 빨라진다. 또 약물에 대한 과민성이나 문제행동도 더 심해져 이에 대한 임상진료지침 개발 등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루이소체·파킨슨치매는 알츠하이머병보다 약물치료 효과가 더 좋은 편이다. 파킨슨 증상이 두드러질 때 인지기능 변동 증상을 조절하고 난 후 도파민 제제를 적절히 쓰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부정확한 진단은 잘못된 치료로 증상을 되레 악화시키는 빌미가 된다. 원인질환이 다양한 치매의 진단과 치료는 그럴 개연성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루이소체·파킨슨치매는 항정신병 약물이나 항도파민 계통의 약물을 쓸 때 조심해야 한다.”
-치매도 막을 수 있는가.
“막을 수 있다. 평소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모든 종류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걷기 수영 계단 오르기 실내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 30∼40분씩 약간 숨이 찰 정도로 하기를 권한다.
식사 또한 중요하다. 올리브오일과 같은 불포화지방, 지방보다 단백질, 소고기 등 붉은 살코기보다는 생선 중심의 흰 살코기, 채소나 많이 달지 않은 과일 섭취를 늘리는 지중해식 식단이 좋다.
반복적인 두뇌활동도 필요하다. 사소한 것이라도 기억하고 배우는 습관을 들인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배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지내기보다 봉사·취미 활동으로 행동반경을 넓혀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지내는 것이 좋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예 교수는 2004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및 전공의 수련을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임상강사(전임의)를 거쳐 2014년부터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예 교수는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치매, 파킨슨치매 혈관성치매, 혼합형 치매의 감별진단 및 치료에 관심이 많다. 진찰만 정확히 해도 조절이 가능한 치매 행동 및 증상들이 오진으로 인해 더 심해지고 소용도 없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 치매로 인한 고통을 줄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예 교수한테 물어봤다.
-치매란 어떤 병인가.
“치매는 사회활동이나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널리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루이소체 치매, 파킨슨 치매, 혈관성 치매 등 발병 원인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사망한 후 뇌를 부검한 결과 약 40%에서 루이소체 및 파킨슨병으로 의심되는 병리 소견이 관찰됐다는 보고가 있다. 루이소체·파킨슨치매 환자의 약 절반 정도에서도 알츠하이머 병리 소견이 보인다. 이는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파킨슨치매가 병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경색이나 뇌출혈에 의한 혈관성치매와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 환자를 살필 때는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파킨슨병, 혈관성 뇌질환을 모두 의심해보는 것이 원칙처럼 돼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 밖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쌓이는 ‘타우’ 단백질이 주원인이다. 반면 루이소체·파킨슨치매는 ‘알파 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신경세포 안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겉보기에도 증상이 다른가.
“그렇다.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쌓여 발생한다는 점은 같으나 질환이 발현되는 모습은 완전 딴판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나빠지는 기억력 저하가 주 증상이다.
반면 루이소체치매는 집중력과 시공간기능(방향감각), 전두엽기능(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혼선을 빚으며 나빠지는 병이다. 동작이 굼뜨고 구부정하게 걷는 파킨슨 증상도 동반된다. 또 밤에 헛것이 보이는 환시 증상이 반복되거나 의식저하로 자꾸 졸게 되고 횡설수설하는 등 인지기능 변동 증상이 나타난다. 만약 우울 증상이나 환시, 착시, 심한 후각기능의 저하, 심한 잠꼬대 등을 겪다가 치매 증상을 보인다면 루이소체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파킨슨치매는 특유의 파킨슨 증상을 1년 이상 먼저 보인 뒤 치매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인지기능 저하 쪽이 더 심하면 루이소체치매, 걸음걸이 등 이상운동 쪽이 더 심하면 파킨슨치매로 진단하게 된다. 대개 양쪽 증상이 다 나타나기 때문에 요즘엔 루이소체·파킨슨치매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감별 진단은 어떻게 하나.
“신경과 전문의가 직접 환자를 보고 진찰해서 뇌 영상검사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현재 사용되는 임상검사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는 약 70%밖에 안 된다. 나머지 30%는 알츠하이머가 아닌데도 알츠하이머(위양성)로, 반대로 알츠하이머가 맞는데도 알츠하이머가 아닌 것(위음성)으로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정도를 알아보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더 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있는데도 치매 증상을 안 보이는 경우(무증상 아밀로이드 침착)가 있어서다.
따라서 인지기능검사, MRI 등의 뇌 검사를 통해 뇌세포 손상 및 이에 따른 기능저하를 확인해야 확진이 가능하다.
루이소체치매도 마찬가지다. 80∼90%가 파킨슨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신경과 의사의 전문적인 진찰을 통해 파킨슨 동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혈관성 치매는 발음장애나 팔다리의 위약감, 반사항진(反射亢進) 등 뇌경색 또는 뇌출혈에 의한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동반된다. 또 뇌 MRI 검사 상 뇌경색과 뇌출혈 또는 뇌허혈증(작은 혈관이 반복적으로 막힌 흔적) 소견을 보인다.
어떤 경우든 치매 증상을 보이면 반드시 의사가 직접 진찰을 하고 뇌 영상검사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루이소체·파킨슨치매 환자에게 항정신성 약물이나 항도파민 물질이 포함된 소화제를 투여하면 파킨슨병에 의한 이상운동과 인지기능 저하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루이소체·파킨슨치매는 뇌 MRI로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진찰이 더욱 중요한 병이다.”
-혼합형 치매가 늘고 있다는데.
“내가 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절반 정도가 파킨슨 증상을 동반하고 있다. 뇌 영상검사를 해보면 루이소체치매 환자들도 절반가량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단백 침착 소견을 보인다. 이는 두 질환이 병발하는 혼합병리 비율이 생각보다 많다는 얘기다.
알츠하이머에 루이소체가 병합됐을 때는 뇌가 상대적으로 더 위축돼 있고 증상악화 속도도 더 빨라진다. 또 약물에 대한 과민성이나 문제행동도 더 심해져 이에 대한 임상진료지침 개발 등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루이소체·파킨슨치매는 알츠하이머병보다 약물치료 효과가 더 좋은 편이다. 파킨슨 증상이 두드러질 때 인지기능 변동 증상을 조절하고 난 후 도파민 제제를 적절히 쓰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부정확한 진단은 잘못된 치료로 증상을 되레 악화시키는 빌미가 된다. 원인질환이 다양한 치매의 진단과 치료는 그럴 개연성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루이소체·파킨슨치매는 항정신병 약물이나 항도파민 계통의 약물을 쓸 때 조심해야 한다.”
-치매도 막을 수 있는가.
“막을 수 있다. 평소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모든 종류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걷기 수영 계단 오르기 실내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 30∼40분씩 약간 숨이 찰 정도로 하기를 권한다.
식사 또한 중요하다. 올리브오일과 같은 불포화지방, 지방보다 단백질, 소고기 등 붉은 살코기보다는 생선 중심의 흰 살코기, 채소나 많이 달지 않은 과일 섭취를 늘리는 지중해식 식단이 좋다.
반복적인 두뇌활동도 필요하다. 사소한 것이라도 기억하고 배우는 습관을 들인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배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지내기보다 봉사·취미 활동으로 행동반경을 넓혀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지내는 것이 좋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98507&code=141300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