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m 미니 뇌' 만들어 뇌치료 혁신.. 치매 실험비용 99%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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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연구용 접시에 든 젤리 여섯 조각 속에 희뿌연 덩어리들이 들어 있었다.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하버드대 의대 산하)에서 지난 16일 만난 김두연 교수는 직경 5㎜가량의 젤리 속 덩어리를 가리키며 "이건 사람의 뇌(腦)지요. 살아 있습니다"라고 했다. 믿기 어려웠다. "인간 줄기세포를 특수한 방식으로 길러서 만들어낸 '미니 뇌'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치매에 걸린 뇌(치매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만들어낸 뇌)'이지요. 8개월 동안 홀로 살아남습니다." 그는 이 작은 무언가를 뇌 오가노이드(organoid·인조 장기)라 불렀다.
뇌는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미지의 영역이라고 여겨진다. 풀기 어려운 뇌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막대한 돈이 투입된다. 관련 연구를 하는 케빈 파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보건 비용(약 259억달러) 4분의 1 정도가 뇌에 생기는 질병과 정신과적 질환을 치료하는 데 들어간다"고 했다.
'생각'을 정체성으로 삼는 존재답게, 인간의 뇌는 동물과 차이를 보인다. 20여년 전부터 많은 과학자가 '치매 치료의 신기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약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물에게 잘 듣는 뇌 질환 치료제가 인간에겐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인간 뇌에 직접 실험을 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