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률 99.9% 치매 유전자 갖고도 치매 피하는 방법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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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알츠하이머 치매' 유전자를 갖고도 치매 관련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세포 안팎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나 타우 단백질 같은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이면서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2018년 기준 75만 명에 이를 만큼 심각한 질환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치료제가 없다. 대부분의 알츠하이머 치매는 70세 전후 고령에 나타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약 10%는 30~50세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 젊은 알츠하이머 치매는 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 사망 위험도 크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셰픈스눈연구소와 매사추세츠병원, 배너알츠하이머연구소, 콜롬비아 안티오키아대 신경학과 공동연구팀은 콜롬비아에서 젊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가족력을 갖고도 아직까지 치매가 나타나지 않은 70대 여성 A를 발견했다. A의 가족들 중에는 젊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PSEN1)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젊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은 99.9%에 이른다. 그래서 A의 가족 중 이 유전자를 가졌던 사람들은 모두 40세 전후로 치매 증상이 나타나 일찍 사망했다.
연구팀은 A의 뇌를 스캔해 영상을 관찰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다량 축적돼 있음을 발견했다. 야킬 퀴로즈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병원 가족치매뇌영상연구실 신경과 교수는 "A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덕분에 다른 가족들보다 오래 살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어마어마하게 축적돼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또다른 원인은 타우 단백질 축척이나 신경조직 변성, 기억력 저하 등 치매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퀴로즈 교수는 "A는 건강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억력이나 인지능력 등 뇌 기능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같은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 비해 오히려 더 나은 기능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A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그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관련된 다른 유전자(ApoE)를 어떤 형태로 가지고 있는지 알아냈다. ApoE 유전자는 세포의 지질을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마다 다른 형태(유전자 변이체)를 가질 수 있다. ApoE에는 ApoE2와 ApoE3, ApoE4 등 세 가지 형태가 있으며, 부모로부터 하나씩 물려받기 때문에 각자 ApoE2/ApoE3처럼 조합된 변이체를 가질 수 있다. A의 경우 ApoE3만 두 개인 ApoE3/ApoE3를 갖고 있었다. A의 가족 중 치매를 앓았던 사람 중에는 이런 형태의 ApoE 변이체를 가졌던 경우가 없었다.
조셉 아볼레다벨라스케즈 하버드대 의대 셰픈스눈연구소 안과 교수는 "ApoE3/ApoE3는 특정 당(HSPG)과 단백질이 복합체를 이루는 것을 방해한다"며 "뇌에서 타우 단백질이 쌓이도록 하는 HSPG을 방해하는 덕분에 A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많이 축적되고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ApoE3/ApoE3의 작용을 흉내 낸 화합물을 개발해 실제로 HSPG와 단백질이 결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A처럼 PSEN1를 갖고도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들을 찾아 이들도 ApoE3/ApoE3를 가지고 있는지 추가 연구하고 있다. 또 이 연구 결과를 활용해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