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총,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자 치료타깃으로써의 가능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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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장내 미생물들이 아니다! / 장내 미생물들의 반전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문민호 교수 알츠하이머병 연구실]
장내 미생물총(Microbiota)은 장내에 거주하는 세균뿐만 아니라, 고세균, 진핵생물, 바이러스를 아우른다. 출생과 함께 정착되어 생활과 식습관에 의해 변해가는 장내 미생물총은, 이들의 거주지인 인간의 세포 보다 약 9조 개 이상 더 많으며, 500배가 넘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쯤 되면 주객전도를 넘어서 어떤 연구자는 ‘장내 미생물총은 눈과 위장 같은 또 다른 장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소화와 배변과 같은 생리작용을 떠나 온 몸의 다양한 부위에서 장내 미생물들의 다양한 역할이 밝혀지고 있다.
미생물이 조절하는 우리 몸, 두뇌-장-미생물 축(Brain-gut-microbiota axis)
위장관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 회로인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는 독립적으로 작용할 수도, 교감신경(척추앞신경절)과 부교감신경(미주신경)을 통해 중추신경계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장신경계와 중추신경계의 양방향 소통을 두뇌-장 축(Brain-gut axis)이라 한다. 이에 더하여, 장내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무균 쥐(Germ-free mice)에서 진행된 연구결과들이 장내 미생물들이 두뇌 발달과 노화 그리고 신경퇴행을 조절하는 핵심인자임을 밝힘에 따라, 신경-면역-내분비-대사 같이 다양한 기전을 경유하는 두뇌-장-미생물 축이라는 확장된 영역이 확립되었다.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만성적인 염증 시스템의 과자극, 염증성 노화(Imflammaging)를 예로 들어보면, 지속적인 염증이 장 점막 미생물의 불균형(Dysbiosis)을 유도하고 장의 장벽을 붕괴시킨다. 이로 인해 유도된 전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세균-유래된 물질들이 순환계(혈관 및 림프관)를 타고 말초 면역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세균성 대사산물인 단사슬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s)과 트립토판(Tryptophan)은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성숙과 성상교세포(Astrocyte)의 활성을 조절하면서, 염증성 사이토카인들과 함께 신경염증과 뇌-혈관 장벽의 손상에 관여한다. 결과적으로,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신경퇴행성질환을 유도/악화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는 장크롬친화성세포(Intestinal enterochromaffin cells)의 기능을 조절하기도 한다. 비단 염증성 노화에서 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질환에서 장내 미생물의 역할과 그 가능성을 살펴보자.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이끄는 다양한 질환과 치료타깃으로써의 가능성
지금까지 보고된 장내 미생물과 관련된 질환은 너무나도 많다. 설사, 과민성 대장 증후군, 대사성 장애(비만)와 같은 위장의 영역을 벗어나, 자가 면역 질환, 알레르기 질환과 같은 전신 면역 질환을 거쳐, 신경계 질환인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근위축성축삭경화증 등에도 관여한다. 먼저, 클로스트리움 디피실 감염(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을 살펴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원내 환자들이 투여 받는 ‘항생제’로 인해 원내 감염균인 클로스트리움 디피실의 과다한 증식과 장의 염증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재발이 잦고 재발될수록 기존의 치료법이 듣지 않아 또 다른 항생제를 조합하고 복용, 용량을 늘려야하지만, 기존 항생제를 통한 치료효과는 20~70% 미만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CDI의 치료효과를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데, 바로 ‘분변 미생물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을 통해 장내 미생물총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주는 것이다. FMT는 다양한 질환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비만인의 분변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이식받은 무균 쥐는 비만 쥐가 되었으며, 장내 미생물이 제거된 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정상 쥐보다 2배 이상 분비되었고, 파킨슨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받은 쥐는 파킨슨병 증세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 보고됐다. 최근엔 코알라가 ’선호하는 유칼립투스 품종에 따라 장내 미생물이 다르다‘는 것에 기반하여, FMT를 통해 서식지 이동에 따른 코알라의 생존율을 증가시켰다. FMT는 멸종위기에 처한 코알라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근 긴장, 변비/설사, 신경병증 등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보고들은 장내 미생물의 조절이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질환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나타내며 실제로 다음과 같은 가능성들이 제시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과 장내 미생물
아밀로이드 베타(Aβ)는 자가응집을 통해 신경독성을 나타내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병리인자이다. 우리 몸의 미생물들도 Aβ를 생성하는데, 중추신경계의 Aβ와 구조적으로 유사하여 상호간의 단백질의 접힘 이상(Misfolding)과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그람음성균 외막에 존재하는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는 선천면역의 핵심인자인 톨-유사수용체 4(toll-like receptor 4)에 의해 인식되어 염증반응을 개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LPS는 Aβ의 병원성 β-시트 형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마우스의 복강에 LPS를 주입한 경우,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내 Aβ의 축적을 증가시키고 인지기능을 손상시켰다. LPS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해마와 신피질(Neocortex)에서 발견될 뿐만 아니라, 혈관 주위와 아밀로이드 반(Plaques)에서 Aβ와 함께 위치한다. 장내 염증의 지표인 분변 내 칼프로텍틴(Calprotectin)은 아밀로이드 생성성(Amyloidogenic) 아미노산 서열을 가지며, Aβ와 매우 유사하여 Aβ 응집을 촉진한다. 칼프로텍틴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와 뇌척수액 뿐만 아니라 분변에서도 증가되어있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과 장내 장벽의 붕괴는 앞서 서술한 두뇌-장-미생물 축을 따라 위와 같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또는 좋지 않은 예후를 유도할 수 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총은 양과 분포가 정상인과는 다르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정상인에 비해 7배나 더 많은 균이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균의 구성 자체도 다른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두뇌-장-미생물 축이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반영함과 동시에, 장내 미생물의 조절이 알츠하이머병의 치료타깃이 될 수 있음을 반증한다. 실례로 젖산간균(Lactobacilli)과 비피도박테리움속(Bifidobacteria)로 구성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유익균)의 투여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간이정신상태평가(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점수를 향상시켰다. 이처럼, 알츠하이머병의 병리발생에서 장내 미생물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고 이를 조절(프로바이오틱스, 항생제, FMT 등을 이용)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이자 나아가 예방을 위한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http://www.dementianews.co.kr)